박준석 감독의 영화에는 늘 ‘추상충동’이라 부를 만한 요소가 있다. <질식>은 그 충동을 온전히 형상화하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기본 질료는 소위 ‘에로영화’에서 차용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두 개의 쇼트다. 앤디 워홀의 <키스>(1963)에 나오는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깊은 키스를 나누고 있는 두 남녀의 이미지. <질식>은 다양하게 변주되는 그 두 이미지를 교차시켜 나아가다가, 끝내는 ‘순수영화’적인 시각적 리듬에 도달한다. 그동안 최소한으로 사용해오던 ‘언어’가 완전히 사라졌고, 심지어 그 언어의 자리를 대신하던 사운드(음악과 음향)도 모두 버렸다. 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이 역방향 운동이, 흑백에서 칼라로의 순방향 운동과 미묘한 대조를 이룬다. (변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