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딘도의 <카프카는 누구인가>는 프라하의 풍경으로 시작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독일에서 태어난 카프카는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로 이주하여 이곳에 정착했다. 영화는 카프카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제공한다. 카프카의 지인과 연인으로 알려진 사람들을 대역으로 재구성 하고, 장면마다 그들은 감정이 실린 표정과 목소리를 전한다. 카프카의 유고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막스 브로드, 「카프카와의 대화」를 쓴 구스타프 야누흐 그리고 그의 운명적인 여인들인 펠리체, 밀레나, 도라가 중심 내레이터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이들은 카프카의 전 생애를 들려준다. 음성뿐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이미지도 주목할 만한데, 프라하의 오래된 사진이나 영화의 장면들이 유독 마음에 다가온다. 구도시에서 프라하 성으로 넘어가는 카를교의 오래된 영화장면이나 사진들은 묘한 그리움을 전한다. 어쩌면 우리가 카프카라는 이름을 유대 회당 ‘시나고그’의 오래된 전통처럼 향수 어린 전통의 아우라로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카프카가 다니던 학교의 계단이 「성」이나 「소송」의 한 장면이 되었다는 식의 전기적 해석은 조심스럽게 이해해야 하겠지만, 유대인 구역에 대한 묘사나 「시골의사」의 기원을 설명해 주는 그럴듯한 설명들엔 귀가 솔깃해 진다. 이 작품은 아주 특별한 해석과 상상을 선보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카프카에 대한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증언을 토대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다큐멘터리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