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서 ‘노인’의 존재란 실로 위대한 것이다. 3대에 달하는 역사를 살아온, 그야말로 역사의 산 증인이자 모든 가족구성원에게 태생부터 경험으로 습득해온 소소한 삶의 진리를 간증해내는 하나의 예언자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노인, 그 중에서도 ‘할머니’는 그가 가진 위치, 다시 말해 ‘양육’이라는 가정의 의무를 지속하기 위해 반강제적인 억압에 쉽게 노출되어있기도 하다. <할머니 맘보>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간접적으로 관객들을 환기시키고 있다.
<할머니 맘보>는 자식에 대한 양육의 의무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라는 타이틀 때문에 다시금 그 의무를 짊어져야 하는 한 노인의 고충을 그린다. 손자들을 떠넘기듯 맡기고 집을 나서는 무책임한 자식, 그리고 떼를 쓰며 집안을 어지르기에 바쁜 손자들. 노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상의 연속이 이어진다. 영화는 그녀가 겪고 있는 고통의 시간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며 이를 견뎌내는 할머니의 모습을 ‘코끼리’에 비유한다. 자글자글한 주름과 거대한 몸집, 느린 걸음과 행동은 무수한 세월을 지내온 일종의 신체적 훈장처럼 할머니의 몸에 남아 그녀의 슬픈 아름다움을 빛나게 만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회자되는 고민인 ‘늙음’에 관한 우화를 보여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