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여성감독 비스라는 가라오케에서 일하는 ‘사’를 따라다닌다.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은 가라오케에서 일하는 여느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감독의 카메라가 포착하는 지점은 유흥산업의 현장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옥상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음식을 만드는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손님들에 대한 뒷담화가 오가는 등 일터의 풍경 속에 주인공의 삶이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주인공의 클로즈업으로, 그녀가 자신의 삶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장면이다. “나는 집으로부터 멀리 왔다. 나는 낯선 사람들에 둘러 싸여 노래를 부른다. 나는 당신의 즐거움을 위한, 모두의 즐거움을 위한 가라오케 걸이다. 그러나 내 자신은, 나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밤이면 화장을 하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그녀의 삶에는 미래가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카메라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있는 고향의 모습과 강의 물결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곳은 사의 과거가 있는 장소로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대비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형식을 오가는 이 작품은 주인공의 삶을 다양한 각도로 비춘다.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의 전화, 홀로 빨래를 하는 일상과 고향으로 향하는 환한 표정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감독과 주인공의 특별한 유대감 때문일 것이다. 꽤나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서로 간의 신뢰가 없으면 잡히지 않는 장면들이다. 이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미묘한 거리감이 영화 <가라오케 걸>을 자꾸만 응시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