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폴 감독은 랄프 스테드먼의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따라가며 풍성한 일러스트의 세계를 보여준다. 스테드먼이 빠르게 그림을 그리거나 과거를 회상할 때 그의 곁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등장한다. 카메라가 움직이면 랄프 스테드먼을 지그시 바라보는 배우 조니 뎁이 있다. 랄프가 팀 버튼 영화의 포스터 등을 작업하면서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감독과 지인의 인터뷰가 포함된 이 작품은 흡사 한 예술가를 둘러싼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의 진짜 주인공은 랄프 스테드먼의 기발한 그림들이다. 예술작품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게 큐레이팅된 화면의 구성은 흡사 랄프 스테드먼의 아카이브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동시에 예술가의 작업방법과 비밀이 담긴 노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러스트레이션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부여해 회화적 이미지와 영화적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기도 한다. 놀라운 이미지를 둘러싼 풍부한 구성만으로도 한 예술가의 세계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