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도입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스태프들 각자의 견해들이 들쑥날쑥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이 영화가 영화에 대한 수다스런 시선을 보여줄 것임을 암시한다. 사람들의 연애담을 인터뷰하던 취재장소인 카페에 실제 배우 민중과 그녀의 친구 영희가 들어오고, 이들 역시 인터뷰 대상이 된다. 스태프들은 민중을 주요 인물로 설정하려 하지만 감독인 은석은 평범하면서도 미묘한 섬세함을 간직한 영희를 주목한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영희에 대한 은석의 관심은 프레임 안에서 점차 그의 마음 안으로 옮겨 온다. 그러나 조금씩 그녀의 내면으로 들어갈수록 은석은 예전과는 다른 그녀를 발견하고, 결국 그녀의 인터뷰가 모두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몇 개의 반복된 층위들이 퍼즐처럼 영화 <인터뷰>를 구성하고 있다. 하나는 은석과 그의 스태프들이 만나는 수많은 인터뷰어들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두 번째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는 은석과 스태프들 그리고 인터뷰 대상들과의 관계를 그리는 픽션. 세 번째는 카메라를 매개로 픽션과 다큐멘터리적 요소들이 재배치되는 층위가 그것이다. 이 세 번째 층위에 이르러 진실과 거짓, 허구와 실제 간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영화 밖에 머물던 감독은 영화라는 형식의 현실효과에 대해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