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무대장치나 전문배우의 도움 없이, 실제의 역사적 현장에서 역사적 인물이 그 스스로를 연기하는 시대극을 상상해 보라. 카이사르와 루이 14세 혹은 나폴레옹의 시대에 대해서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지난 세기 뉴스릴 이미지의 아카이브를 특별히 풍성한 것으로 만들었던 독재자들에 관한 한 그러한“꿈의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현 가능한 것이 되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 집권기에 촬영된 (1,000시간이 넘을 만큼 방대한) 미공개 영상자료들을 3시간 분량으로 편집해 만든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이 바로 그런 영화다. 아마추어 및 전문 촬영기사들이 찍은 여러 비디오 영상물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차우세스쿠 정권의 종말 과정을 재구성한 에세이 필름 <혁명의 비디오그램>(1992)을 (하룬 파로키와 공동으로) 연출한 바있는 안드레이 우지카는, 여기서 차우세스쿠 집권기 공식 촬영팀에 의해 기록되었던 역사적 도큐먼트들을 한 독재자의 등장과 퇴락을 묘사한 서사적 시대극의 제재처럼 다루고 있다. 사운드와 음악을 통해 암시적으로 코멘트하는 것을 제외하곤 일체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배제하는 등 과감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권력의 자서전”은, 에이젠슈타인, 웰스, 로셀리니와 비스콘티가 시도했던 권력의 시각적 분석에 필적하는 21세기적 영화 만들기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는 걸작이라 하겠다. (유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