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야난은 성공한 중년 사업가 고어하우와 결혼했다. 야난은 몽유병 증세가 있는 고어하우가 밤마다 구두를 닦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휴일 드라이브를 나간 그들은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남자 후샤오핑을 만난다. 후샤오핑은 야난에게 그녀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알고 있다고 말한다. 배우가 되고 싶어 했던 ´그녀´는 선천적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야난은 후샤오핑이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 간다. 침입과 우연한 일치가 불러오는 감정적 카오스 상태. 그 속에서 주체는 느슨해지고 시간은 부서져 내린다. 아내와 남편 그리고 한 남자를 둘러싼 북경은 아주 낯선 공기로 충만하다. 풍경 안에 놓인 인물들의 정서를 따라가면서, 부서진 시간을 다시 이어 붙이고 흩어진 조각들을 꿰어 맞춘 후에 남는 것은 명멸하는 기억의 흔적, 꿈과 현실 사이에 비스듬히 가로놓인 환영 같은 일상이다. 이 작품은<베로니카의 이중생활>과 로만 폴란스키의 <물속의 칼>에 대한 이중 리믹스이다. 감독은 이 두 영화 사이에, 불길하게 작동하는 모더니즘적인 전제를 끼워 넣고 있다. 왕 취엔안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매우 낯선 신세기 중국영화일 것이다. 북경 포스트 타란티노 세대의 최첨단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