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인 혼류는 뒤섞여 흐르는 흐름을 뜻한다. 도시가 주인공이라고 할 법한 이 영화에서 서울은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며 끊임없이 파괴와 건설을 자행하는 장소처럼 제시된다. 건설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카메라를 두고 관찰하는 감독은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서 자행되는 파괴 행위를 관객들이 주의 깊게 보고 생각하길 원하는 듯하다. 재개발 현장과 함께 보여지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는 앞으로 닥칠 변화에 무기력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카메라는 유럽의 어느 광장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이 광장은 사람이 있고 도시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장소처럼 느껴진다. <혼류>는 영화매체가 가진 특성 안에서 시간과 공간을 변주하며 보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부여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