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모이를 먹는 소년>은 1890년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슨이 발표한 고전소설 『헝거』를 원안으로 한 이야기이다. 냉담한 세계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는 청년 요르고스가 이 미니멀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20대 청년 요르고스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테너 가수이다. 천부적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도를 찾지 못한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새 카나리아를 키운다. 극한의 빈곤을 이기기 위해 요르고스가 찾은 생존법은 눈물겹다. 카나리아를 위해 산 새 모이로 주린 배를 채우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의 집에서 음식을 도둑질하는 등 요르고스의 행위에서는 처절함이 묻어난다.

빈곤과 소외로 무너져내린 일상에 관한 가혹한 묘사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사회 정치적 시스템의 파쇄로 인한 여파를 무연히 따라간다. 흔들리는 카메라와 빈발하는 근접 촬영을 통해 인간을 압박하는 냉혹한 현실에 대한 사실주의적인 묘사로 일관하면서 인물의 내면에 근접해가는 가쁜 호흡을 유지한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