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리아 동부 지방의 목초지대에서 대대로 목양업을 해온 씨족인 베이시칸의 장남 시르반은 아버지 하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수 집안인 할란드 족의 딸 베리반을 아내로 맞는다. 그러나 베리반이 계속되는 유산과 시집의 냉대로 실어증에 걸리자 사태는 더욱 나빠지며 두 가족이 씨족 싸움에 매달려 있는 동안 이들의 삶터는 이미 자본가의 손에 넘어가 양떼의 들판은 쟁깃밥이 된다. 베이시칸 남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양떼를 기차에 태우고 앙카라를 향해 고난의 길에 오르는데 앙카라에서 베리반은 결국 죽고 베이시칸은 산산이 흩어질 운명에 부딪친다. <양떼>는 일마즈 귀니가 정치적, 개인적 사건으로 70년대를 거의 감옥에서 보내면서 쓴 시나리오 중 한편으로 그의 후계자격인 제키 왹텐의 손끝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원래 쿠르드족인 귀니는 신분을 숨기다가 16살에 아버지의 고향 땅을 밟으면서 쿠르드 민족의 수난을 깨닫게 되었고 34살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고향을 갔다가 그곳 유목민의 종말을 직접 보고는 <양떼>를 썼다. 귀니는 어느 인터뷰에서 <양떼>에서 쿠르드어 대신에 터키어를 쓴 이유는 배우들이 감옥에 갈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