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표현할 그럴듯한 용어를 찾기는 쉽지않다. 어찌보면 농담같은 영화, 그러나 획일적이고 표피적인 사고가 만연한 세상에서 편집증 수준의 집요한 호기심에 시달리는 돌연변이같은 사람들에 관한 독특한 관찰이기도 하다. <궁금해요 그대팬티>는 감독 자신의 소묘적인 전작들에서 장면과 설정들을 가져와 특이한 캐릭터들을 통해 내러티브에 살을 붙이면서 재치있게 영화를 완성해간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진행 속에서 등장인물들과 관객의 위치가 역전되어가는 과정이다. 관객은 병적으로 호기심 많은 등장인물들을 비웃으며 그들이 호기심을 풀어가는 과정을 모조리 엿보는 특권을 누리지만 정작 자신이 비웃던 인물들이 공유하는 비밀에서 홀로 배제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출발점은 같지만 마지막 순간에 유일하게 궁금증을 풀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제 영화가 끝나버린 이상 관객 혼자서 그 의문을 풀 방법은 없다. 자신이 비웃던 극중 인물들처럼 “왜?”냐고 멍청한 질문이라도 하고 다녀야 할까? 지금껏 우월한 관찰자의 특권을 한껏 즐기던 관객을 자신이 비웃던 인물들 발밑으로 끌어내려 바보로 만드는 이 짜릿한 반전이 영화가 선사하는 가장 큰 쾌감이다. 괴짜스러운 인물들의 행동거지를 지켜보는 즐거움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