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 운동가인 현우는 광주 민주화 항쟁 이후 도피 중이다. 그는 시골에서 도피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주던 윤희의 집에 머물게 되고, 둘은 곧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역사적, 정치적 암흑기 속에서, 권위주의에 물든 국가는 그들의 자유를 막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들의 개개인의 삶에까지 파고 들어온다.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정치사와 멜로드라마를 가로지르는 보기 드문 시도를 보여준 <오래된 정원>은, 대한민국의 대표 작가이자 1980년대 망명 생활을 하고 1990년대 방북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했던 황석영의 소설 『오래된 정원』을 각색한 작품이다. 감독은 현우와 윤희의 초기 관계와 현우의 회상장면을 중심으로 하여 절제된 섬세함으로 영화의 전반부를 처리하며, 자의적이고 새로운 서사형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서사구조는 점차적으로 관객의 기대를 깨트림과 동시에 동시대 젊음의 상실을 애도하며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