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새로운 세계와 만남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방치한 자신과의 대면이기도 하다. <쾌락원칙을 넘어서>는 선배와 후배의 여행기다. 이 여행은 일상적으로 꿈꾸는 여행의 이미지를 뒤집는다. 약속 장소에 선배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후배가 지각하고 여행경비 일체를 선배가 부담한다. 사진 찍어주는 일을 통해 우연히 이들 일행은 여성 여행객들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고, 후배는 선배의 행위를 공격한다. 공격의 지점은 선배의 윤리적 문제다. 여행지에서 분위기를 한번 살려보려는 선배의 노력은 이것에 찬물을 끼얹고 분위기를 어색하고 험악하게 이끄는 후배의 행동과 충돌한다. 그들은 실내야구장에서 날아오는 공을 헛스윙한다. 이들의 여행은 두 사람 사이의 친밀성과 신뢰감이 배제되고 관계의 균열과 거리를 확인시켜준다. 프로이트는 「쾌락의 원칙을 넘어서」라는 글에서 ´억압된 본능은 완전한 만족을 향한 출구를 찾고 있으며 만족했던 첫 경험을 반복하려 한다.´라고 했다. 이 영화는 억압된 갈등은 분출의 출구를 찾으며 불쾌했던 옛 기억을 통해 점화되려 하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