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정´은 언제나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수염이 난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다. 제모수술을 결심한 ´정´에게 남자친구는 수술이 위험하지 않은지를 물으며 근심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수염 난 얼굴을 보는 것은 두려워한다. 수술대에 오른 ´정´은 정전사고를 맞이하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수염 난 얼굴을 보고, 그것이 멋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염´은 한때 여성에게는 치명적인 무엇이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순간에는 남다른 무엇, 즉 자부심이 된다. 주인공 ´정´이 자부심을 얻는 과정에서의 설득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발레리나 얼굴에 난 수염이라는 환상적인 설정을 통해 세상의 편견과 억압을 에둘러서 말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미용사인 남자친구, 발레리나인 여주인공 등 설정의 단순함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경제적인 미덕을 발휘하면서 영화의 마지막인 발레리나들의 환상장면으로 매끄럽게 이어져 나간다. 환상의 의미는 현실을 초월하는 무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