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얘기지만, 단편영화를 잘 찍는 감독이 있다. 그 중에서 아주 짧은 장면을 인상적으로 연출하는 감각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 김종관 감독은 그런 감독에 속한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사랑하는 소녀>도 횡단보도 장면이 명장면이었는데, 그 장면만 따로 엮어 또 한편의 단편으로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폴라로이드 작동법>도 짧은 시간동안 짧은 순간을 담아내면서 인물의 감정과 정서까지 포착해낸다. 이건 확실히 드문 재능이다. 어색한 사진 찍기,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불안한 떨림, 수줍은 사랑, 들킬 것 같은 감정은 영화 내내 은은하게 담긴다. 앨범 속 빛바랜 사진 한 장의 감각처럼 보는 이의 정서를 사로잡는다. 마치 영화 속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역할처럼 김종관 감독은 우리 시대 예민한 사랑의 메신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