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방가르드 작가 제임스 베닝과 오스트리아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의 협업으로 제작된 에세이 다큐멘터리 영화. <자연사 박물관>은 낯선 형태로 재현되는 박물관의 소장품들과 복도, 통로, 홀, 사무실, 건물 안에 숨겨진 장소들에 대한 이미지들을 아카이빙하면서 박물관 내부의 이모저모를,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쇼트로 이어간다. 건물에서 나는 다양한 소음과 추상적인 심상의 조합으로 구성된 이 적막한 영화는 정지된 이미지의 지속으로 기이한 인상을 자아낸다. 원숭이와 얼룩말, 사슴 등 박제된 동물의 근접 쇼트가 늘어날수록 대담하게 절개된 프레임 안의 운동성과 정지 간의 긴장이 조성된다.

대관절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시간을 방부처리한 공간이 아닌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자연사 박물관>에 등장하는 쇼트의 길이는 다소간의 인내심을 요구할 정도로 길다. 죽은 시간과 그 시간에 놓인 부동의 생명체는 자연의 역사를 박제하는 대상의 장소성과 영화적 이미지의 관계를 사고하게 만든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