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성격의 아냐는 주변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다. 어느날 그녀는 공원에서 늑대 한 마리와 마주친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늑대에 매료된 아냐는 마취 총으로 늑대를 기절시켜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온다. 방에 늑대를 가두고, 고기를 먹이면서 아냐는 차츰 이 야생의 피조물과 교감하게 되고 스스로에게 잠재한 ‘야성’에 눈뜨게 된다. 아냐의 언행은 점점 대담해진다. <와일드>는 5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이기도 한 니콜레테 크레비츠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여성적 자아의 발현과정을 야생 늑대와의 만남으로 은유한 이 영화에서 크레비츠는 ‘성장’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보여준다. 주인공 아냐는 그녀를 둘러싼 세계와 단절된 소외자이다. 관계맺기에 서툰 아냐는 우연히 마주하게 된 야성에 대한 본능적인 끌림으로 인해 크게 동요한다. 회색빛 도시에서 일상에 강박된 그녀는 자연에 동화되어 자신의 진짜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초현실적인 판타지의 기운을 품은 이 영화는 성차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우화이기도 하다.(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