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마젤란의 노예였던 한 필리핀인이 세계 일주 항해에 성공한 지 5백 주년이 되는 해이다. 필리핀에서 노예로 잡힌 그는 인도와 아프리카 연안을 항해하며 인도양을 거쳐 포르투갈로 끌려간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 남미로, 다시 거기에서 태평양을 건너 필리핀 막탐 섬에 도착한 마젤란은 이 섬의 족장에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그 항해에 동행했던 마젤란의 필리핀인 노예는 세계 일주 항해에 성공한 최초의 인물이 된다. 키들랏 타히믹은 이와 같은 스토리의 영화를 완성하고자 했으나, 예산상의 문제로 이 프로젝트는 중지되고 말았다. 중단된 프로젝트의 몇몇 장면을 볼 수 있는 이 단편 영화는 키들랏 타히믹의 풍부한 창의력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는 영화 제작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신 전세계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며 나무를 심어왔다. 2021년이 되면 이 나무들이 모두 자라나, 필리핀인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확고한 증거이자, 영화 작업에 대한 키들랏의 꿈을 알려주는 역사적 기념비가 될 것이다. (프란시스 조셉 오그 크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