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 <옥희의 영화>에 대해 이렇게 짧은 글을 쓰는 것은 멋쩍을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평론가들이 다양한 입장에서 세밀한 부분에까지 주목하면서 호의적인 해석들을 쏟아낸 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보기는 어렵지 않지만‘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로 정평이 나 있는 터다. 네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 <옥희의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감독은, 대학의 영화과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듯하다’고 인정할 만큼 지극히 일상적인 얘기를 다룬다. 홍 감독의 다른 영화들이 그렇듯이, 표면적인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면 아주 소소하고 상투적으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시퍼런 색감의 크레디트 시퀀스로 인해 명확히 분리되는 것처럼 보이는 네 편의 에피소드에,‘ 하필’동일한 배우들이 같은 이름과 약간 변화된 신분으로 등장하는 바람에, 전체 맥락에서 그 연결고리나 관계망을 추적하기라도 할라치면, 외형상의 낱말은 아주 단순하지만 그 깊이와 범위를 헤아리기 힘든‘화두’를 앞에 둔 것처럼 당혹스러움에 직면하게 된다.‘ 상식적인 논리’로는 그 인물들의 정체성이나, 에피소드 간의 접점을‘선명하게’정리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옥희의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에서 힌트를 얻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사람을 거듭 만나다 보면 계속 인상과 느낌이 달라지지 않습니까. 영화도 그렇게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진화하길 원하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감독으로서의 진구가 관객에게 한 대답이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