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루이스 게린은 세계 각지의 국제 영화제들로부터 초청을 받을 때마다 그 주최 도시를 카메라로 담아낸다는, 다소간 특별한 계획을 실행한다. <게스트>는 방랑자이자 외부자의 시선으로 다양한 삶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낸, 시적 감성으로 충만한 개인적인 여행기이자 도시 에세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2007년과 2008년의 베니스 영화제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나오는 영화적인 질문. 다큐멘터리와 픽션은 과연 다른가? 이에 샹탈 아커만이 대답하기를, 좋은 다큐멘터리에는 픽션적 요소가 반드시 담기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므로, 둘 간에는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리얼리티를 담고 있느냐의 문제다. 그리하여 게린은 영화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선택한다. 그는 영화제라는 축제의 장을 벗어나 거리와 광장으로 나가 도시의 건축물과 기념물, 자연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담는다. 그곳에서는 역사와 동시대적 삶의 이슈에 대한 열띤 토론, 정치적 투쟁, 예술가의 삶, 신에 대한 질문과 선동적인 종교적 발언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점점 더 오지로 향한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배어있는 도시의 뿌리와도 같은 장소에 가서 그곳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담아낸다. 백 살이 넘었다는 남미의 한 할머니는 말한다.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건강과 햇살이라고. 그곳의 생활환경은 열악하지만, 대신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게린은 선험적인 관점을 버린 채 카메라 하나만을 들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일대 일로 대면함으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삶의 깊은 진실에 도달하려 한다. 체험과 배움의 카메라. (박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