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페레다의 첫 번째 코미디라 할 수 있는 <페르페툼 모빌레>는 속편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정의 내리고 있는 작품이다. <투게더>의 가비노 로드리게스가 훨씬 덜 어수룩한 역할로 다시 한번 출연하고 있는 이 영화는 전편의 스토리라인 일부를 이어가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페르페툼 모빌레>는 역설적인 작품으로, 속편에 반하는 반(反)-속편의 성향을 띤다. 작품의 제목은 사람들, 사물들, 개념들은 물론 나아가 영화라 불리는 일견 고정적인 대상의 부단한 흐름을 가리킨다. 가비노는 여전히 자신의 애견‘훈토’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일련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겪으면서 그 개를 찾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야기의 초점은 훈토에 있지 않고, 방랑하듯 이리저리 배회하는 카메라와 이삿짐센터 직원이라는 가비노의 불안정한 직업으로 인해 개의 행방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가비노는 <투게더>에서와 달리 더 이상 호감 가는 인물이 아닌데, 심지어 이사를 해야 하는 몇몇 순진한 멕시코시티 사람들을 동료와 함께 농락하며 즐거워할 정도다. 하지만 때론 상황이 바뀌어 골치 아픈 고객들을 만나기도 한다. 인생의 위기를 맞이한 노부부라던가 가비노 일행을 애타게 만드는 한 부유한 영국인(작곡가 마이클 니만이 연기한) 등이 그렇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할머니에게 발생한 문제로 가비노는 또 다른 문제와 직면하게 되는데, 그 결과 영화는 놀랄 만큼 소름 끼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그럼으로써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페레다의 능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된다. 젊음의 부주의함, 변덕, 그리고/혹은 이기주의(페레다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주제)는 죽음에 의해, 혹은 아마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일 죽음의 전조에 의해, 삶의 가장자리에서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유령, 존재의 미끄러짐, 예정된 전이에 의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유머와 가족문제 사이를 오가는 방식, 멕시코 특유의 사회적 부조리의 단면들, 관객으로 하여금 스크린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없게끔 장면과 대사들을 용의주도하게 반복하는 방식 등에 있어서 <페르페툼 모빌레>는 페레다의 영화문법을 더욱 확장시킨 작품이다. (로버트 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