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미술학을 전공하고 싶은 소녀는 서울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고향에 혼자 있는 엄마를 두고 오는 것이 맘에 걸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대학 면접을 위해 상경한 소녀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서울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점점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전공과 상관없이 서울의 한 정형외과에서 간호보조사로 일하는 서영은 고향에 한번 내려오라는 엄마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영화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소녀의 기대와 두려움, 그 기대가 꺾이고 생활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서영의 모습을 통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고민을 담았다. 서로의 과거와 미래일 두 사람은 우연히 하룻밤을 공유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비록 그 미래가 밝은 것이 아니더라도 그 꿈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면접에서 만난 동향 출신의 정호가 말하듯이 서울과 지방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방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무력감, 도시의 삶에 대한 불안함과 경외심, 그리고 그것들이 좌절로 바뀌는 순간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영화는 그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보낸다. (배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