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도시’ 하얼빈에서 사는 샤오쉬에는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19세 여성. 밤이면 사장에 이끌려 술자리에 나가고 그의 몸을 받아들이는 건 그만큼 절실하게 현재의 삶에서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자하는 그녀의 꿈은 임신과, 낙태를 권유하는 남자의 차가운 반응에 꺾이고 만다. 영화 <동베이, 동베이>는 언제 어느 때라도, 누구에게라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성장의 고통스러운 국면을 차분히 응시한다. 지난 10년간 자신의 의류 브랜드를 운영했던 하얼빈 출신 패션 디자이너 저우 펑의 영화 데뷔작. 간결하고도 낯익은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게 하는 건, 따라서 감독의 고향인 하얼빈이라는 영화적 공간 혹은 로케이션지가 된다. 중국 사회의 빠른 변화와 그에 따른 가치관의 혼돈을 체현하는 캐릭터 샤오쉬에 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중국 북동부적인’ 특성과 상황을 드러내고 지시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현재의 영문제목 ‘A North Chinese Girl’ 보다 중국제목을 직역한 ‘Northeast Northeast’가 더 적합해 보이는 작품. 스산한 푸른빛으로 일관하던 영화는 충격적인 빨간 색조와의 충돌로 끝나고, 6분에달하는 2개의 롱테이크 숏이 엔딩을 구성한다. 원래, 고통스런 현재 혹은 성장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그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