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홈 무비와 아마츄어 필름들을 파운드 풋티지로 활용하여 공식적인 역사에 개인적인 역사를 재배치하는 작업을 해온 헝가리의 대표적인 실험영화작가 페테르 포가치는, 이 영화에서도 1929년 최초의 미스 오스트리아이자 미스 유니버스가 되었던 리즐 골다르바이터와 아마추어 필름 메이커였던 그의 사촌 마시 텐져를 20, 30년대 유럽의 풍경 속에서 찾아낸다. 뜻하지 않게 미스 유니버스가 되면서 대중적 명예와 부를 누릴 때,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침공으로 유태인의 홀로코스트를 겪게 되는 리즐 한 개인의 찬란한 성공과 시련들은 그녀를 은밀히 사랑하였고 전쟁 후 결혼하게 되는 사촌 마시가 평생에 걸쳐 담은 필름 다이어리 속에 담겨있다. 마시 개인의 필름들을 파운드 풋티지로 활용하여 20세기 유럽의 시대적 격변과 중요 서사 속으로 기입되는 개인적 역사로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적 초상을 재구성하는 작가는 오래된 아마추어 필름들이 삶과 역사에 대한 무의식적인 일기라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래서 이 작품은 표면적인 역사 이면에서 우리가 만질 수 없는 것 혹은 느낄 수 없는 것을, 20여 년간의 오랜 작업에서 비롯된 숙련된 감각으로 표현해 낸 하나의 역사기술학이자, 1929년 미스 유니버스 리즐을 은밀히 사랑하였던 또 한사람이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열렬한 연정의 시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