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飛夢)>이 실험하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현실과 환상의 간극일 것이다. 코피를 흘리며, 부스스한 모습으로 깨어난 여주인공을 점차 헬리콥터의 소리가 지배하기 시작한다. 한 중년부인이 찾아 왔을 때 겪어야 하는 상황들을 통해 여주인공의 내력을 짐작할 수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불륜의 서사라든가 여주인공의 선택에 관한 사회적인 동기부여를 하는데 열심을 내지 않는다. 이를 대신하는 것은 바로 ‘외화’ 된 헬기의 소리이다. 여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외화된 헬기로 집중하는 것은 영화를 단순화 시킬 우려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CG를 통한 헬기의 구현은 현실에 있을법하지 않은 것을 삽입함으로써 여주인공의 현실과 충돌하는 효과를 낸다. 거대한 헬기의 굉음과 함께 전개되는 헬기의 이미지는 여주인공의 ‘희망’과 ‘억압’ 사이에 교묘하게 자리 잡는다. 그녀가 헬기에 오르는 순간은 정신병자로 취급받아 실려 가는 순간과 겹쳐지면서 이중성을 취하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는 관객의 자유이겠지만 에필로그로 삽입된 장면을 통해 감독은 어떤 희망의 암시를 강조하려는 듯 보인다. 이를 통해 영화는 ‘비몽’에서 ‘희몽’으로 전환되는 순간까지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