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의 삶은 매우 거칠다. 아무도 사지 않는 핸드메이드 나이프를 만드는 기술이 전부인 52세의 실업자 코코에게 삶은 더욱 고달프다. 그러나 우연히 봉봉이라는 개를 선물 받으면서 그의 인생은 전환기를 맞는다. 훌륭한 혈통의 봉봉 덕분에 새로운 일자리도 얻었고, 또한 봉봉이 지방 애견 쇼에 나가 상을 받으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활기찬 삶을 꿈 꿀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는데…. <나의 개 봉봉>은 단순하지만 은총이 충만한 영화이다. 아르헨티나의 거친 삶,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걱정인 민초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지만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박함과 선함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시종일관 휴머니티를 유지하는 영화는 가난이 야기하는 범죄와 약탈의 내러티브를 은연중에 기대했던 관객의 마음을 훈훈하게 적시면서 우리 의식 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냉소주의를 조용히 밀어낸다. 이 영화에는 정신적 충만함이 반드시 물질적 풍요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교과서적인 진리를 수긍케 하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