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영화는 집이라는 공간과 가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에서 재현된 가족은 대부분 해체가정으로 구성되어 관객들에게 날선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동행>은 병든 할머니와 유일한 혈육으로 여겨지는 손자 현수로 이루어진 해체가정이 배경이다. 현수는 할머니의 간병과 산문배달과 우유배달 그리고 학교생활에 저녁의 아르바이트 일까지 소화해내는 일인 다역의 소년 가장이다. 그는 할머니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일부터 대소변의 처리까지 간병인의 역할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부양하는 가장의 역할까지 해낸다. 현수의 생활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친절하게 담아내어져 일상적이고 관습적으로 함몰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연대기적으로 채워진 장면들이지만 자전거가 넘어져 쏟아진 병을 다시 담아내는 일과 수업시간에 졸음으로 의자에서 넘어진 장면은 지루함을 벗어나게 해준다. 그것은 평범함의 빗나감과 동시에 현수의 생활과 삶의 태도를 표상해내는 기호로 승격되기에 가능하다. 이와 같은 영상 언어의 힘으로 텍스트의 겹이 두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