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항구도시 암스테르담의 모습은 여느 도시의 일상적 삶이 담고 있을 평온한 분주함이란 면에서 그리 특별하진 않다. 그러나 아직 풍요와 여유를 흡족히 허락하기보다는 되찾은 일상의 자유 속에 재건의 노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전후의 삶 속에서 소멸해가는 어느 존재의 모습만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바다와 물을 오가며 배 위의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행상인들의 궤적에 동행하는 이 짧은 여정은 그렇게 각별한 감흥을 전해준다. 사라져가는 소수 종족으로서 암스테르담의 행상인들을 항구의 풍광과 함께 담아내는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인류학적 기록이기도 하다. 현대 다큐멘터리의 일반형으로 상정해온 경량의 16미리 카메라와 동시녹음 시스템이라는 기술적 조건 이전에 실재했던 다큐멘터리의 미학을 새롭게 확인시켜주는 만큼 새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