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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영화] 한옥희, <구멍> <중복> <색동> <무제 77-A>
2021-09-16 14:00:00Hits 255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2021-09-16

『아이 엠 인디펜던트』 특집 #2. 슬릭
[함께 읽는 영화] 한옥희, <구멍> <중복> <색동> <무제 77-A> 

안녕하세요, 전주국제영화제 뉴스레터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두 번째『아이 엠 인디펜던트』특집 원고가 도착했습니다. 한국 실험영화계의 선구자 한옥희 감독과 래퍼 슬릭이 만났는데요.

슬릭은 2011년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 '위메익 히스토리'의 신예로 활동을 시작하여 2013년에 싱글 앨범 <Lightless> 발매와 함께 정식 데뷔했습니다. 이후 2014년 발표한 싱글 <Rap Tight>가 대중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순항세를 보이다가 2020년 Mnet의 리얼리티 음악 프로그램 <굿 걸> 출연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기에 이르렀지요. 

두 말 할 것 없이 탁월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뮤지션이나, 전주국제영화제가 한옥희 감독과 래퍼 슬릭의 만남을 기대한 건 2020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된 덕이 큽니다. "여성 혐오가 힙합이라면 그 힙합 그만둘래요"라니!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업이 속한, 혹은 속해 있다고 판단되는 장르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끊임 없이 노력하는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한옥희 감독의 작업들과 닮은 점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슬릭의 시선이 탐색한 한옥희 감독의 작품 세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슬릭의 시선으로 읽는 <한옥희 단편선>👇

한옥희의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는 어떠한 규칙도, 순서도, 틀도 없다. 오히려 그 움직임 자체로 커다랗고 어지러운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말하자면 '영화'가 된다. 

만약 카메라가 멈춰있는 장면이라면 카메라 속에 들어와 있는 것들이 역시 규칙이나 순서, 틀 없이, 쉴 틈 없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는 거침이라는 것이 없다. 가만히 있으면 속절없이 고여버리는 세상 위에서 보이는 것과 보는 것 모두를 움직임으로써 거대한 이 세상을 마구 흔들고 이리저리 굴려버린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끊임없이 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 어떻게 하면 이렇게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가득 들어찼다. 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였는지, 아니, 내가 '영화'라는 것을 무엇으로 규정짓고 있었는지, 한옥희는 그 경계선을 정확히 건드린다. 

움직임을 포착하거나 움직이거나. 그 세계는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무엇 하나 정적인 것이 없으며 삽입된 음악들 역시 거칠다 싶을 정도로 하이라이트 부분만이 잘려 연주된다. 문득 아주 익숙한 네 글자가 떠오른다. 기승전결. 현대 사회를 살며 너무나도 익숙한 그 기법을 70년대의 한옥희는 단칼에 자른다. 


한옥희, <무제 77-A>(1977)
그러고 보니 삶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그의 작품 '색동'처럼, '중복'처럼, 삶은 시끄럽거나 끝없이 좇아야 하는 일들이 콜라주처럼 찢겨 붙여져 있다. 그래서 한옥희의 영화를 보며 나의 삶을 자꾸만 돌아본다. 삶. '살다'의 명사형이다. 지금 나의 삶은 과연 그러한가. 나는 '살고' 있는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포착하며 땅속에 지어진 개미굴처럼 틀이 없이 흐르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죽 나를 괴롭힌다. 영화를 모르는 내가 영화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그러면 한옥희의 카메라는 이렇게 대답한다. 삶에 대해 아는 사람만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한옥희, <중복>(1974)
여성으로서 나는, '실험하는 삶'을 금지당한다. 수많은 지표들이 이를 증명한다. 정해진 틀 속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을, 쉬이 설명되지 않는 모양으로 움직이지 말 것을, 주체가 아닌 객체의 자리에 머무를 것을 매 호흡마다 지시받는다. '여성의 인권', '소수자의 인권'이라는 말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와 '조롱'받는 지금의 사회에서 그렇듯, 유신 정권이 사회 전반을 압박했던 한옥희의 70년대에서도 이러한 금지와 지시는 공고했을 것이다. 

이 작품들 안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제 77-A>(1977)는 
한국의 사회상을 담아낸 작품들과는 달리 감독 한옥희의 창작에 대한 고민과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예술가로서 살아가야 하는 내적인 불안감, 
(중략) 검열에 대한 두려움과 저항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김지하, 「실험영화, 액티비스트, 아마추어리즘―카이두 클럽과 한옥희 작품에서의 세 가지 키워드」 
아이 엠 인디펜던트』, p.181-185.

그러나 그는 움직인다. 그의 카메라가, 카메라에 담긴 오브제가, 그리고 스크린에 쏘아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이 보여주길, 삶은 실험이다. 매끄러운 유리에 계산 가능케 반사되는 정적인 빛이 아니다. 어지럽고, 시끄러우며 어떻게 될 줄 모르고, 어떻게 될 줄 알 수 없어야 하는 시공간의 연속이다. 우리 모두가 처음 가는 길이며, 우리 모두가 각자 가는 길이다. 난반사된 빛들이 충돌할 수는 있어도, 누군가의 손바닥으로 빛이 지나가는 길을 막고 감히 정렬하거나 억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옥희, <색동>(1976)
한 인터뷰에서 한옥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영상연구회가 영화만 공부하는 집단이었다면 (그가 만든 실험영화 공동체인) 카이두 클럽은 영화를 통해 세상에 맞서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저항운동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카이두 클럽은 그 정체성에 걸맞게 영화관이 아닌 백화점 옥상에 스크린을 걸고 상영회를 열었다고 한다. 관람료 없이 누구나 그 공간에서 그들의 뜻이 담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관객의 반응은 극과 극. 이게 무슨 영화냐며 팸플릿을 찢고 나가는 관객들이 있는가 하면 그 시대의 정치적 억압과 폭력에 대한 가장 앞선 전위라는 타이틀로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예술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비교할 것은 못되지만 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노래인 <Here I Go>*가 방송에 송출되며 엇갈렸던 대중들의 반응이 떠오르는 일화이다. 당시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관련된 슬픈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있어서는 안되는 폭력이었고, 가시화조차 되지 않은 소수자의 인권이 어떤 식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이는 사례였다. 나에게 돌아오는 피드백의 스펙트럼이 아주 극적이었던 것과 비슷하기도 한, 카이두 클럽의 상영회는 저항 정신을 담은 예술이 세상과 맞부딪혔을 때의 반응을 반추하게 한다. 
교차성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퀴어 당사자인 친구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한옥희, <구멍>(1973)
작금의 인권 문제는 코로나19로 상징할 수 있는 기후 위기, 환경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기후 위기는 당연히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모두 '공평한' 팬데믹 속에 살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회는 위기를 맞을수록 민낯을 드러내고, 구조 안의 사람들은 '각자의 희망'과 '모두의 절망'이 동전의 양면처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개념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사회 구조가 가지는 폭력성에 감각을 곤두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50년 전 한옥희의 '움직임'은 변함없이 저항 정신을 계승하도록 한다. 나 역시 그 뜻을 받들어 끝없이 움직이고, 움직임을 포착하며, 포착된 움직임을 통해 다시 이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슬릭(뮤지션)
경기도 구리 출생 뮤지션. 정규앨범 를 발표했다.
누구도 해치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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