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 100년이 지난 2017년을 배경으로 러시아의 역사와 사회상이 장중한 묵시록적 비전으로 묘사된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전자 구름 아래에서>는 프롤로그를 포함한 총 8개의 에피소드 안에 역사, 상처, 유산, 기억 등의 테마를 혼합하고 이를 초월적인 시공의 장(場) 위에 펼쳐 보인다.

이제 막 아버지를 여읜 사샤와 다니아 남매, 건축가 피터, 기르키즈스탄의 부랑아 카림, 지식인 니콜라이 등 다양한 신분과 특징을 지닌 군상형 인물들이 하나의 우주를 형성한다. 오늘날 러시아 사회의 초상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블랙코미디와 잔혹극을 오가는 이 영화의 정조는 정형화된 드라마를 거부한다. 광활한 와이드 스크린 디지털 촬영을 통해 냉혹한 세계의 속성을 시각화한 동토의 풍경 이미지가 압도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러시아 문화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지만 푸틴 체제의 전체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냉소로 일관하는 작품으로2015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