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애니메이션 <더 미씽>은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실사 동영상 이미지를 한 프레임씩 베껴 그려 만드는 로토스코프 애니메이션은 이미 1917년 개발됐으니 그 기술만으로 주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왜 로토스코핑 기법을 이용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적확한지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미씽>은 성공적으로 이 기법을 사용했다. 주인공 에릭은 입이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어린 시절 어떤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그는 UFO가 자신을 납치하려 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는 그에게 생생한 현실로 나타난다. 또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에릭은 귀와 눈과 성기까지 잃게 된다. 로토스코핑 기법은 이처럼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선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전형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묘사되는 어린 시절 기억과 대비를 이룬다. <더 미씽>은 청춘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에릭은 그를 항상 보살피는 엄마와 직장 동료이자 썸남인 카를로의 도움 속에서 트라우마로부터 조금씩 벗어난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포근하게 품는 미덕을 가진 영화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