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수궁>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 정의진 씨의 삶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 활동을 펼쳐가는 여성 소리꾼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전광대 정창업의 증손녀이자 대한민국의 첫 판소리 인간문화재 정광수의 딸이기도 한 정의진의 지난 삶은 거칠고 힘겨웠다. 영화는 세상으로부터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던 국악인이자 남자들에 비해 한껏 무시당했던 여성인 그가 겪었던 파란만장한 나날을 보여준다. 그렇게 힘들게 이 자리까지 선 탓에 정의진 씨에게 동편제 전통을 담은 「양암제 수궁가」의 전수자를 찾아내는 일은 소중하기 짝이 없다. 한편, <수궁>의 유수연 감독은 「양암제 수궁가」의 전수 후보자들을 통해 국악과 여성 국악인들이 현재 한국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또한 보여준다. 퓨전 국악을 통해 현대 관객과 만나려 애쓰는 이부터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꿈을 지키려는 분도, 노래방을 운영하며 소리를 익히는 소리꾼도 보여진다. 정의진 씨를 비롯해 여성 소리꾼들의 예술 열정에 진심 어린 헌사를 보내는 영화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