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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감독에게도 태흥영화사와 한국영화계에도 의미가 컸던 작품. 그는 변두리 하층 계급의 삶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살핀 <우묵배미의 사랑>(1990)부터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으로 전환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하일지의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을 원작으로 지식인 계층의 허약한 내면과 이중성을 내밀하게 묘사해낸다. 공항을 나서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R이 돌아왔다는 누군가(장선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영화는 첫 장면부터 3인칭 주인공의 시점과 카메라의 시점을 합치며 감독이 목적한 ‘주관적 객관성’을 실험한다. 시외버스를 탄 R이 시골 아낙들이 있는 바깥 풍경을 보다 우유를 쏟는 엔딩은 여전히 묵직하다. 1991년 12월 개봉한 단성사에서만 18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고 국내의 수많은 영화상까지 휩쓸며 이태원 대표의 ‘감’을 적중시켰다. [정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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