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군인이 직사각형 무대를 걷고 있다. 엄격하게 통제된 몸짓을 수행하던 군인들은 서서히 무대를 이탈하고, 사각의 프레임에는 그들의 패턴화된 발걸음에 변형을 가하는 매개적 장치와 광학적 표현들이 난입하기 시작한다. <소진된 인간>은 짧은 러닝타임에 영화에 잠재된 매체의 자기 반영적 질문들을 녹여낸다. 프레임 내부의 직사각형 공간과 카메라의 사각 구도가 맺는 간극을 탐구하고, 스톱모션 이미지의 움직임과 외화면의 목소리, 그리고 움직이는 대상을 포착하는 초기 영화적 흔적이 일으키는 미묘한 긴장을 드러내는 야심 찬 작품이다. [김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