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모양>은 기이한 사랑 이야기다. 비 오는 날 도쿄의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마주쳤던 한 남자를 찾아 무작정 한국에 오는 일본 여성 유리코와 일본 고전영화 속 배우를 흠모하다 그 배우와 똑같이 생긴 유리코를 만나는 한국 남자 석영의 만남은 로맨틱하지만 이상하기도 하다. 사랑은 영원을 추구하지만, 영원은 현실이 아니라 이미지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이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석영이 찾는 것은 현실 속 존재라기보다 이미지의 우주 안에서 살아가는 ‘유령’처럼 보인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실재하는 것의 모호함이 드러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세상 그림자 그리 좋아하면서 내 그림자 유심히 처음으로 보네”라는 영화 속 예술영화관장의 말처럼, <튤립 모양>은 우리가 이미지 안에서만 살아갈 순 없다고 이야기한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