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씹어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리. 사리는 같은 재주를 가져 정신병원에 수감된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구직 생활을 전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리는 특이한 소품을 만들어 먹는 유튜버 윤별의 이팅사운드 콘텐츠를 보게 된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소품이 아닌 진짜 물건을 먹는 ASMR을 시작하고, 큰 인기를 누린다. 그러던 중 팬이 사리를 따라 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경쟁 유튜버 윤별은 이를 기회로 사리를 끌어내리려고 한다. 이제 사리는 자신의 ‘기벽’을 들키지 않으면서도 윤별과 대적해야 한다. 이 세계에서 청년들에게 열려 있는 살길이란 오직 기행이나 과격한 언행, 자극적인 콘텐츠로 주목을 끄는 ‘주목 경쟁’뿐인 것처럼 보인다. 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은 독특해야 하지만, 그 독특함은 이 사회가 용인하는 선을 넘어서선 안 된다. 타인의 삶을 위협하는 비방이나 가짜뉴스, 소수자에 대한 혐오 선동은 문제되지 않지만, 남들과 다른 정체성만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리는 각자 도생의 치열한 주목 경쟁 안에서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물론 그런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경쟁에 기꺼이 뛰어든 대가 역시 치러야 하고 말이다. 기발한 상상력 안에서 현안을 다루는 재기가 출중한 작품이다. [손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