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안의 세계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건설의 원리다. 미완성되거나 버려진 건축물은 오류로 판정돼 질서 유지의 명목으로 디버깅 된다. 하지만 이러한 건설 유니버스의 원칙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영상은 방치된 폐건물의 시공간과 건설 중인 공간의 정보를 뒤섞기 시작한다. 이윽고 혼합된 데이터는 오류를 일으키고 에러가 난 이미지와 사운드의 얽힘은 스크린이라는 평면 세계 바깥으로 도약을 시도한다. 박군제 감독의 <건설 유니버스의 어떤 오류>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충돌을 통해 시선 바깥을 사유하도록 만드는 실험영화다. 건축과 공간이라는 테마 아래 수집된 이미지들은 건축에 대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것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건축과 개발에 대한 인식을 자극하여 스크린 바깥으로 확장된다. 특히 자연적인 소리와 소음을 조합해 만들어낸 사운드 스케이프는 공간감이라는 영화의 테마와 썩 잘 어울리며, 이른바 ‘소리의 풍경화’라고 할 만한 체험으로 이어진다. [송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