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취소에 따른 적절한 피해보상액은 얼마일까. 회사의 손익 계산법에 따르면 면접과 관련한 식비, 교통비 등 10만 원 내외의 금액이 산출된다. 반면 입사 취소 이후 삶을 되돌리는 데 드는 수속은 깔끔하게 계산될 수 없다. 수진은 고시원 연장을 취소하는 바람에 트렁크 하나를 끌고 거리를 전전한다. 일하던 편의점에 다시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을 바꾸고, 친구에게 며칠만 신세 질 것을 부탁해야 하며, 미리 지급한 스터디비를 돌려받는 것은 물론, 스터디원들에게 나눠준 책까지 기어이 다시 돌려받고야 만다. 수진의 사정에 동정하던 사람들은 이내 낯빛을 바꾸고 그녀를 벌레 보듯 피한다.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수진은 씩씩하다 못해 뻔뻔하다. 수진의 다부진 성격은 관객이 그녀의 감정보다는 상황을 판단하도록 만든다. 단지 관망한다는 것이 아니라, 촘촘하게 엮인 상황의 굴레 속에서 그녀의 하루를 함께 체험해야만 한다. 분명한 건 이건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가장 외로운 싸움 중 하나라는 것이다.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