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하고 허물어져가는 서유럽의 풍경을 배경으로 영화의 스토리는 전개된다. 무기력한 미국인 청년 세이무어는 멜라니아라는 신비로운 창녀와 강박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사라예보에서 전쟁을 경험한 후 세이무어는 타인과 교감할 방법을 찾지만 이 모든 과정이 그에게는 고통이다. <새로운 인생>의 원제목인 ‘La Vie Nouvelle’는 단테의 작품 ‘신생 La Vita nuova’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은 없다. <새로운 삶> 전작 <음지>보다 심화된 모호함 속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도덕적 모호함, 수수께끼와 같은 내러티브, 심리적 동기의 덧없음. 이 모든 것은 그랑드리외의 영화가 추구하는 말 그대로의 어둠이다. 이 영화를 요약하는 말은 사랑을 찾는 존재의 고통이다. 이미지와 사운드, 새로운 내레이션 형식이라는3박자가 어우러진 영화는 혁신적인 내러티브 양식, 과단성 있는 장르적 차용, 미세한 떨림과 깜빡임의 이미지를 통해 논쟁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