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의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떠난 이곳은 을씨년스럽다. 폐허가 된 집과 황폐한 대지, 죽은 듯 침묵에 빠진 숲은 비옥했던 한 시절을 무색하게 한다. 이 마을에 사는 반항적인 10대 소년 레이레이가 숲을 배회하고 있을 때, 죽은 그의 어머니 슈잉의 영혼이 그를 씌운다. 아들의 육신을 빌어 슈잉이 귀환한 이유는 지금은 버려진 집 앞에 있던 나무를 옮겨심기 위해서이다. 그때부터 레이레이의 몸을 빈 슈잉과 그녀의 남편 밍춘은 나무를 심을 장소를 찾아다닌다. <사후의 삶>은 기이하고 아름다운 유령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려는 이 유령은 중국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무엇인가를 환기한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하는 이 영화는 우화적인 내러티브와 롱 테이크-롱 쇼트 위주의 우아한 촬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신인감독 장 하니는 이 인상적인 데뷔작으로 중국영화의 미래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재능을 증명했다. 중국 독립영화의 대표 감독 지아장커가 제작자로 참여했다.(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