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탄 감독의 <역사의 미래>는 이미지를 통해 바라보는 유럽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단상이다. 내용상으로는 강도를 당한 후 기억을 잃은 남자가 잃어버린 과거와 새로운 자신을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는 것으로 전개가 되고 있지만 그의 여행은 단순히 개인의 정체성을 찾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남자의 여정은 곧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는 기원의 탐색인 동시에 다가올 미래, 불안한 내일을 향한 모색이 된다. 다분히 관념적인 영화이기는 하지만 여정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미지의 직조들은 표류하는 유럽의 현재에 대한 여러 상념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남자가 넘나드는 유럽은 한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지역들을 경유하면서 유럽의 위기와 혼돈이 무엇인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모색을 담고자 하는 카메라의 모험이기도 하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피오나 탄 감독은 현실의 미래뿐만 아니라 영화의 미래가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담아내고자 한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