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고등학생 민식은 부모님을 따라 아버지의 고향인 고성으로 내려온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고장인 낯선 곳, 고성에서 민식은 무례한 동급생들의 폭력에 시달리며 마음이 얼어붙은 소녀 예주를 만나게 된다. 민식은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그들과 함께 예주를 괴롭히는데 가담하지만 큰 죄책감을 느낀다. 고성에서 교회를 열려는 부모가 민식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는 사이 그는 어른들의 세계 못지 않게 타락한 아이들의 세계를 불편하게 견디며 예주의 불안한 눈빛에 자꾸 마음이 간다. <눈발>은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여리고 소외된 청소년들의 부서지기 쉬운 우정과 연대를 그리는 작품이다. 조재민 감독은 로베르 브레송의 <무셰트>를 떠올리게 하는 미니멀한 연출로 사악한 세상과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면서도 아무런 자각을 갖지 못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의 잔인한 공모를 다룬다. 나아가 그 좁은 공간에서 다친 짐승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순수한 아이들의 자그마한 망명기를 다룬다. 아이돌 그룹 ‘GOT7’의 멤버 박진영의 연기 데뷔작이며 이미 몇 편의 영화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은 지우의 공동 주연작이다. 특히 사슴 같은 눈망울로 예주의 어두운 심연을 연기하는 지우의 스크린 속 형상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