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강렬한 이미지들을 통해 카프카의 형상과 악몽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무수히 겹쳐지는 그림자의 이미지, 모호한 선분과 흐릿한 형상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카프카 고유의 심상을 묘사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특정한 원작이나 스토리에 기대어 있기 보다는 연속되는 이미지의 수렴을 통해 카프카의 세계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간다. 그것은 텅 비어있는 세계의 중심을 사유하게 만들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인물의 고통을 응시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