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의「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외모로써 판단하지 않는 자는 천박한 인간뿐. 아름다움은 천재(天才)의 한 형태이며, 사실은 천재 이상의 것’. 이는 탐미주의 작가로 유명했던 오스카 와일드 스스로 외모로 인간을 판단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없음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드러내다>는 이「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한 구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로지 인체의 겉모습만을 이용해 ‘외향’의 영화, 창조된 아름다운 신체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서로 다른 ‘꼴’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영화의 마지막, 아름다운 몸의 조각들의 향연이 끝나고 난 후 아련하게 클로즈업되는 노인의 눈은 늙음과 죽음에 대한 예찬 또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