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은 환각의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다. 숲 속의 작은 길을 질주하는 자동차, 그리고 차 안에서 이를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곧 하늘과 땅의 경계를 분간할 수 없는 상태의 것으로 만든다. 카메라의 피사체가 되는 숲은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지만, 움직이는 카메라, 다시 말해 낯선 방문자의 시선은 숲을 완전히 새로운 유기체로 재탄생하게 한다. 영화는 단순히 달리는 차창 밖의 풍경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래 상태의 땅과 하늘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재구성하는 실험을 감행한다. 지금까지 익숙해져 있던 풍경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올 때, 우리는 부분적인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평행선>은 그런 인간의 취약함을 세밀하게 건드리고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