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거주하는 노년의 화가를 통해 삶의 순간들, 황혼, 죽음의 이미지에 대해 성찰하는 작품이다. 노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늙어버린 육체와 얼굴. 사진으로 남아있는 지난 시절의 흔적들. 노인의 감성을 투영해 바라본 파리의 풍경과 자연의 형상들. 그리고 오랜만에 해후한 친구들의 짧은 인사 및 이제는 공원 묘지의 비석으로만 기억되는 과거의 친구들. 영화 <가면과 거울>은 한 화가의 눈과 감성에 포착된 시간의 흐름, 황혼의 풍경들, 죽음에 대한 애도를 담고 있다. 영화는, 서사적 스토리보다, 애상적 풍경들과 사물들이 오브제로 변하는 순간들을 적극 이용한다. 이를 통해 삶의 황혼에 선 노인의 기억과 연민, 쓸쓸함과 덧없음 그리고 그가 맞이하게 될 애도의 시간들이 형상화된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이미지 작업과 이 영화의 영상 이미지 작업은 시간의 흐름 속에도 오롯이 기억될 그들 삶의 한 순간, 흔적들을 남기는 작업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최근 장편 극영화 <터치> 를 선보였던 민병훈 감독의 단편 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