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두브아즈의 <파괴된 낙원>은 수도권에서 멀리 벗어나 사회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어머니가 도망간 이후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루시는 또래의 소녀들과 달리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은 채 아버지의 일을 묵묵히 도우며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루시의 어머니를 향한 갈망과 사춘기적 징후와는 상관없이, 루시의 아버지는 루시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과잉보호 하다시피 한다. 루시의 아버지와 루시가 살고 있는 작은 시골집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현대 사회와 전혀 별개의 사적 공간, 다시 말해 외향적으로는 ‘낙원’과 다름없는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낙원’에 침입자가 들어오고 나서 부터의 이야기다. 침입자는 외부의 그 누구도 아닌 루시의 가족, 루시가 그토록 그리던 그녀의 엄마인데, 루시의 아버지는 딸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내를 창고에 무자비하게 가두어버리고 여기서 가까스로 탈출한 엄마는 부녀가 사는 집에 불을 지른다. 가족의 해체가 잔인하게 응집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불타버린 집과 그들이 살고 있던 삶의 터전인 ‘낙원’의 상실은 곧 루시에게 이상하리만치 행복한 해방감을 제공한다. 잿더미가 된 집을 나서며 숲을 향해 달리는 루시의 환한 웃음은 이미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한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떠나는 것 같은 해방감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