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헝가리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기요르기 폴피는 데뷔작 <허클>(2002)에서부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무성영화 스타일로 연출된 이 영화는 대사를 자제하면서 사건보다는 화면의 리듬으로 심상을 전한다. 왜곡과 도착으로 점철된 일상을 통해 욕망을 채우려는 기이한 가계(家系) 구성원들을 묘사한 <택시더미아>(2006)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었다. 이후 400편의 영화에서 추출한 클립을 몽타주 한 <파이널 컷: 신사 숙녀 여러분>(2012)을 발표하여 시네필리아의 감성을 도발하는 발췌 영화 또는 에세이 영화의 전범을 보여주었다. 폴피가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제작된 <자유낙하>(2014)를 통해서였다.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여 여섯 가지 신비로운 상황을 경험하는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SF, 호러, 멜로, 시트콤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정상성의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자유낙하>는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 감독상 등 세 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근작 <아버지의 목소리>는 폴피의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으로, 실종된 아버지의 비밀을 추적하는 주인공을 따라가는 SF 묵시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