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사적 세계도 전도된 방식으로 공적 세계를 반영한다 했다. 우리의 자아는 사회의식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 갇힌 우리는, 이곳의 바깥으로 쉽사리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때로 어떤‘사건’을 통해, 우리는 그 바깥을 미력하나마 감지한다. <오래된 밤>은, 잠시나마 이를 경험한 이의 내면을 그린다. 사랑을 끝내려는 젊은 여인은, 사랑을 시작할 무렵 녹음이 우거진 숲 속에서 청년과 함께한 하루를 떠올린다. 그곳에서 본 유골이 언제 죽은 누구의 것인지 그들은 모른다. 귀가길, 버스를 기다리며 밤 그늘 속에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하는 청년을 보며 그녀는 두려움에 떤다. 그 두려움이 변해갈 감정을 예감하는 슬픔 때문인지, 이름 없는 죽음을 양산하는 세상에 대한 것인지 그녀는 또 알지 못한다. 함께 있는 두 연인의 고독을 드러내는 자연의 무심함마저 담아내는 연출 덕에, 우리는 사랑이라는‘사건’에도 폭력을 개입시키는 세계 안에서의 사랑이 불가능함을 알아차리게 된다.